서점에 갔다가 손에 책을 들고 망설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표지가 끌리고, 제목도 좋은데, 막상 사면 읽다가 중간에 덮게 될 것 같은 불안함. 그 불안함이 맞는 경우도 있고 틀리는 경우도 있다.
독서를 꽤 하게 되면서 책 고르는 실력이 올라갔다. 충동적으로 골랐다가 후회한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준이 생겼다. 그 기준을 공유해보려 한다.
표지와 제목에 속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이 예쁘거나 제목이 도발적인 책이 항상 좋은 책은 아니다. 요즘은 마케팅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별 내용 없는 책도 표지와 제목으로 잘 포장된다. 반대로 표지가 수수해도 내용이 뛰어난 책도 있다.
표지와 제목은 서점에서 눈에 띄게 하기 위한 도구다. 내용의 품질과는 별개다.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을 발견했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반드시 다음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저자 소개를 먼저 확인한다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저자 소개다. 이 책을 왜 이 사람이 쓸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습관에 관한 책이라면 저자가 습관 연구를 했거나 직접 오랜 기간 실험한 사람인지. 투자 책이라면 실제로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인지.
학위나 직책보다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 교수 타이틀이 있어도 현장 경험이 없으면 이론적인 내용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지식을 가진 저자의 책이 훨씬 실용적인 경우가 많다.
첫 챕터를 서점에서 읽어본다
책을 사기 전에 첫 챕터를 서점에서 읽어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딱 첫 챕터만 읽어도 이 책이 나에게 맞는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
확인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문체가 나와 맞는가.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가볍거나, 이상하게 불편한 문체가 있다. 문체가 맞지 않으면 끝까지 읽기 힘들다. 둘째, 저자가 새로운 것을 말하고 있는가. 첫 챕터에서 이미 알고 있는 말만 한다면, 나머지 챕터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서점에서 책을 펼쳐보는 게 민망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서점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다. 충분히 읽어보고 사는 것이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맞는 방식이다.
베스트셀러보다 오래된 스테디셀러를 신뢰한다
갓 출간된 베스트셀러보다 10년 이상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대체로 더 좋은 책이다. 출간 당시 화제가 됐다가 사라지는 책과, 10년이 지나도 계속 추천받는 책은 품질이 다르다.
새로 나온 자기계발서보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 더 실용적인 경우가 많다. 시간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추천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보다 스테디셀러 코너를 더 오래 들여다보는 이유다.
독서 커뮤니티의 리뷰를 참고한다
구매 전에 독서 커뮤니티의 리뷰를 찾아본다. 블로그 서평이나 독서 앱의 독자 리뷰가 도움이 된다. 별점보다 리뷰 내용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별점 5개짜리 리뷰라도 내용을 읽어보면 나와 다른 취향의 독자가 쓴 것일 수 있다. 별점 3개짜리 비판적 리뷰에서 오히려 이 책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는 데 더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다.
책 고르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고른 한 권이 아무 책이나 고른 다섯 권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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