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책상 앞에 앉았는데 책을 펼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날. 눈은 글자를 따라가는데 머릿속은 완전히 딴 곳에 가 있는 날. 억지로 읽어봤자 한 페이지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덮어버리면 애써 만들어온 독서 습관이 흔들릴 것 같아 불안하다.
독서를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면 이 감각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의욕이 넘치는 날만 있는 게 아니다. 읽기 싫은 날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결국 독서 습관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오늘은 책 읽기 싫은 날에도 독서를 이어가기 위해 내가 직접 써보고 효과를 확인한 방법들을 솔직하게 나눠보려 한다.
왜 읽기 싫은 날이 오는가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원인을 먼저 짚어보자. 읽기 싫다는 감각은 대부분 세 가지 상태에서 온다.
첫째는 피로다. 몸과 뇌가 지쳐있을 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억지로 읽어도 흡수되지 않는다. 둘째는 현재 읽는 책과의 불일치다. 지금 내 상태나 관심사와 맞지 않는 책을 의무감으로 붙들고 있을 때 읽기 싫증이 빨리 온다. 셋째는 단순한 루틴의 피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방식으로 읽다 보면 뇌가 자극을 잃는다.
원인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방법 1. 분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읽기 싫은 날의 목표는 딱 하나다. 오늘도 책을 펼쳤다는 사실 자체. 내용을 얼마나 흡수했느냐는 오늘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목표를 극단적으로 낮춘다. 평소에 30페이지를 읽는다면 오늘은 5페이지만 읽는다. 5페이지도 부담스러우면 딱 한 챕터의 첫 문단만 읽는다. 책을 펼쳐서 한 문장이라도 읽었다면 오늘의 독서는 성공이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시작의 장벽을 없애기 때문이다. 5페이지만 읽자고 펼쳤다가 어느새 20페이지를 읽고 있는 날도 생긴다. 시작이 가장 어렵다. 일단 펼치는 것, 그게 전부다.
방법 2. 책을 바꾼다
지금 읽던 책이 무거운 논픽션이라면 가벼운 에세이로 바꾼다. 두꺼운 자기계발서가 부담스럽다면 얇은 단편 소설을 집어 든다. 읽기 싫다는 감각이 독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지금 읽는 책에 대한 거부감일 수 있다.
책장에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는 것도 좋다.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으면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감각이 되살아난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려는 압박 없이 그냥 읽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방법 3. 형식을 바꾼다
종이책이 손에 안 잡히는 날에는 오디오북으로 전환한다. 오디오북은 눈의 피로 없이 귀로 들을 수 있어서 몸이 지쳐있는 날에도 부담이 적다. 소파에 누워서, 산책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전자책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기기가 달라지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폰트 크기를 키우거나 배경 색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방법 4. 장소를 바꾼다
늘 같은 자리에서 읽으면 그 자리 자체가 독서의 의무감과 연결된다. 카페에 가서 읽거나, 공원 벤치에서 햇볕을 받으며 읽거나, 침대에 누워 읽어보자. 평소와 다른 환경은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같은 책도 다르게 느껴지게 만든다.
장소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읽는 자세라도 바꿔본다. 항상 책상에 앉아 읽었다면 오늘은 소파에, 항상 실내에서 읽었다면 오늘은 창가에서 햇빛을 받으며 읽어본다.
방법 5. 그냥 쉰다
가장 역설적이지만 가장 솔직한 방법이다.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감정적으로 지쳐있는 날에는 억지로 읽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쉬는 날로 정한다.
독서 습관에서 완벽주의는 적이다. 하루 쉬었다고 습관이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억지로 읽다가 독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쌓이면 더 오래 멀어진다. 충분히 쉬고 나면 다음 날 자연스럽게 책이 당기는 경우가 많다.
단, 이틀 이상은 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하루는 휴식이지만 이틀이 넘어가면 습관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한다.
읽기 싫은 날이 오히려 기회다
읽기 싫은 날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독서 습관의 진짜 실력을 결정한다. 좋은 날만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읽기 싫은 날에도 단 한 페이지를 펼치는 사람이 결국 1년에 수십 권을 읽는 사람이 된다.
오늘 책 읽기가 싫다면 위의 방법 중 하나만 골라 시도해보자. 완벽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책을 펼쳤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