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왔을 때 나를 회복시켜준 3가지 루틴

                                                    이미지 출처: Pixabay

작년 초에 번아웃이 왔다. 갑자기 온 건 아니었다. 천천히 쌓이다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출근은 했지만 하루 종일 멍한 상태였고,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좋아하던 독서도, 운동도 하기 싫었다. 그냥 누워서 천장만 바라봤다.
번아웃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게 단순한 피로와 다르다는 것을. 그냥 쉬면 나을 것 같지만 쉬어도 회복이 안 된다. 뇌가 충전을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들이 있었다. 劇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작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첫 번째 — 하루 15분 걷기

번아웃이 왔을 때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동할 기운이 없었다. 운동복을 챙겨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신 밖에 나가 15분만 걷기로 했다. 목적지도 없이, 운동화가 아닌 편한 신발로. 그냥 걸었다. 처음에는 15분도 힘들었다. 5분 걷다가 돌아온 날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15분씩 걷는 것이 쌓이면서 뭔가 조금씩 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걷기는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이 특히 효과적이었다. 격렬한 운동이 아니어도 됐다. 그냥 걷기만 해도 됐다.

두 번째 — 하루 한 문장 일기

번아웃 상태에서 일기를 쓰라는 말을 들으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에 딱 한 문장은 할 수 있었다.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맛있었다." 이런 수준이어도 괜찮았다.

한 문장짜리 일기를 매일 쓴 것이 왜 도움이 됐을까.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행위 자체가 뇌를 조금 깨어있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하루와, 하루 끝에 오늘 있었던 일 중 한 가지를 고르는 하루는 달랐다. 아무리 별것 없는 날이라도 한 문장을 찾는 과정에서 그날의 작은 긍정적인 것을 발견하게 됐다.

세 달쯤 지나자 자연스럽게 두세 문장, 나중엔 한 문단으로 늘어났다. 강제로 늘린 게 아니라 쓰다 보니 더 쓰고 싶어진 것이다.

세 번째 — 가벼운 책 한 권

번아웃 중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려고 하면 안 된다. 뭔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져 오히려 악화된다. 그 시기에 집어든 건 가벼운 에세이였다.

내용이 깊지 않아도 됐다. 누군가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 여행 이야기, 음식 이야기.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 없이 그냥 이야기를 읽는 것이었다. 독서가 도구가 아닌 그냥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 에세이 한 권이 독서에 대한 욕구를 다시 살아나게 해줬다. 번아웃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자기계발서도 읽게 됐다.

번아웃에서 배운 것

번아웃을 겪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다. 생산성과 성취만을 향해 달리던 방식을 멈추게 됐다. 쉬는 것,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루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걷기 15분, 한 문장 일기, 가벼운 책 한 권. 이 세 가지는 번아웃을 회복시켜준 것이면서 지금도 내 일상의 일부로 남아있다. 거창한 루틴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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