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10년째 쓰고 있는 내가 말하는 일기 쓰기의 진짜 효과

                                                       이미지 출처: Pixabay

일기를 처음 쓴 건 중학생 때였다. 그때는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용도였다. 성인이 되면서 그 목적이 조금씩 달라졌고, 지금은 10년 넘게 거의 매일 쓰고 있다.
주변에 일기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귀찮아서",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지속이 안 돼서" 같은 이유로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수십 번 중단하고 다시 시작했다.

10년을 쓰면서 느낀 일기의 진짜 효과는 의외의 것들이었다.

감정을 정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힘든 일이 있을 때 일기를 쓰면 감정이 정리된다. 이 효과는 쓰기 시작하고 꽤 오래 지나서야 제대로 실감했다.

화가 날 때, 억울할 때, 슬플 때 그 감정을 글로 쓰면 조금 멀리서 볼 수 있게 된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감정은 형태가 없어서 더 크게 느껴진다. 그것을 문장으로 써내려가면 "이게 지금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이구나"하고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 명명화(affect labeling)라고 부른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의 강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기 쓰기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전문 상담가에게 털어놓는 것처럼 정교하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생각이 정리된다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 일기에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로 쓰기 시작하면 생각이 앞으로 나아간다.

이유가 있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문장으로 변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막연하게 뒤엉킨 생각들이 하나씩 순서를 잡아간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라고 막연하게 느끼던 것이, 쓰다 보면 "나는 이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이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것이었구나"처럼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일기를 쓰면 특히 도움이 된다. 선택지를 나열하고, 각 선택에 대한 감정을 써보고, 왜 망설이는지를 써보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10년치 일기가 쌓이면 생기는 가장 특별한 경험이 있다. 5년 전, 10년 전 일기를 꺼내 읽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이런 것에 고민하고 있었구나. 저 문제가 지금은 다 해결됐네. 그때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별것 아니었네. 이런 생각들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가 보인다.

자기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지금의 나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변화 과정을 보는 것은 더 어렵다. 일기는 그 기록이 된다.

일기를 지속하는 방법

일기가 지속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형식에 대한 부담이다. 날짜를 쓰고, 날씨를 쓰고, 오늘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 허들을 높인다.

형식을 버리면 훨씬 쉬워진다. 날짜만 쓰고, 오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만 써도 된다. 한 문장이어도 된다. 편한 언어로, 맞춤법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읽지 않을 글처럼 쓰는 것이 핵심이다.

일기는 잘 쓸 필요가 없다. 일기는 그냥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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