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철학책 중에는 읽다가 포기하게 만드는 책들이 많다. 번역이 어색하거나, 개념이 낯설거나,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책들. 처음 철학에 접근했다가 그런 책을 만나면 철학 전체에 선입견이 생긴다.
그런데 철학에는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들이 있다. 일상의 언어로, 우리가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책들. 이 책들을 먼저 만나면 철학이 다르게 보인다.
철학을 왜 읽어야 하는가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철학책은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정답이 없다. 그런데 이 질문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철학책은 그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준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철학 입문서로 이 책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기차 여행을 하면서 각 철학자의 사상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소크라테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쇼펜하우어, 니체. 이름만 들으면 무거운 철학자들인데, 이 책에서는 그들의 사상이 일상의 언어로 번역된다.
특히 좋은 점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고민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다.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 철학을 실제 삶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가를 생각하게 된다.
분량이 있는 편이지만 챕터마다 독립적이라 관심 있는 철학자 부분부터 읽어도 된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제목이 직접적이다. 철학 개념을 비즈니스와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헤겔의 변증법,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이 철학 입문으로 좋은 이유는 "이게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먼저 주기 때문이다. 철학 개념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면, 그 개념 자체에 흥미가 생긴다. 철학을 교양으로만 생각했던 시각이 달라지는 책이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이라 번역도 자연스럽다. 어렵지 않게 읽힌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앞서 다른 글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철학 입문으로 별도로 소개할 만큼 좋은 책이다. 예일대학교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 설명이 매우 친절하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 그대로여서 철학 초보자도 따라갈 수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 읽으면 그렇지 않다. 죽음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면서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생각이 선명해진다.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다룬다. 철학의 핵심 질문들을 가장 친절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철학책을 읽는 방법
철학책을 읽을 때 모든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챕터에서 하나의 생각만 건져도 충분하다. 읽다가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어도 된다. 철학책은 시험 준비가 아니다. 생각의 재료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드는 생각을 짧게라도 적어두는 것을 권한다. 철학은 읽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질문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 줄이라도 쓰면, 그 책이 훨씬 깊이 남는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철학이, 사실 가장 실용적인 공부일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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