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에 지친 시기가 있었다. 직장에서의 관계,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 기대했다가 실망한 것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으면 또 생각이 많아지는 그 시기. 그때 책이 꽤 도움이 됐다.
관계 관련 책들은 크게 두 종류다.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과, 나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책. 그때 내게 필요했던 건 후자였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유명한 책이라 이미 읽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관계가 힘들 때 읽으면 전혀 다르게 읽힌다.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의 핵심은 '과제의 분리'다. 내 과제와 상대방의 과제를 구분하는 것이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이 상대방의 과제를 내가 떠안으려 하거나, 반대로 내 과제를 상대방이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데서 온다는 걸 이 책이 짚어줬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대방의 과제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나의 과제다. 이 구분이 명확해지면 관계가 조금 가벼워진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게 말이 쉽지"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달랐다. 관계가 힘든 시기에 읽으면 흡수되는 게 다르다.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제목만 보면 무거울 것 같지만 읽어보면 다르다. 이 책은 타인의 고통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가 힘들 때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저 사람은 이걸 모를까",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모르지". 이 책은 그 생각에 조용히 브레이크를 건다. 상대방의 내면을 내가 완전히 알 수 없듯, 나의 내면도 상대방이 완전히 알 수 없다. 그 간극이 관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해가 아니라 인정으로 접근하는 것. 이 책이 그 방향을 잡아줬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마샬 로젠버그)
비폭력대화(NVC)를 소개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이 좀 가볍게 느껴져서 미뤄뒀다가 나중에 읽고 후회했다. 진작 읽을걸 싶었다.
이 책이 알려주는 건 단순하다. 관찰과 평가를 구분하고,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어렵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말을 평가로 한다. "왜 항상 그래", "너는 이기적이야" 같은 말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하는 말을 다시 듣게 됐다. 관계를 바꾸기 전에 내 말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배웠다.
사람 때문에 지쳐있다면, 상대를 바꾸려 하기 전에 나부터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세 권 중 한 권이 그 시간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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