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나 논픽션은 읽어도 소설은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소설은 뭔가 배우는 것 없이 그냥 이야기만 읽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있었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유명하다는 소설들을 억지로 읽어보려다 중간에 포기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설은 나랑 맞지 않는 장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우연이었다. 별 기대 없이 집어 든 소설 한 권이 손에서 놓이지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읽다가, 아 내가 소설을 싫어한 게 아니라 맞는 소설을 못 만났던 거구나 싶었다.
책이 재미없다는 사람은 독서와 안 맞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 맞는 책을 못 만난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미스터리 작가로만 알고 있다면 이 책은 의외일 것이다. 미스터리라기보다 따뜻한 판타지에 가깝다. 낡은 잡화점 우편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편지로 연결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이 책이 독서를 멀리하던 사람에게 잘 맞는 이유가 있다. 문장이 쉽다. 속도감이 있다.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가 마지막에 하나로 연결되는 구성이 깔끔해서 읽고 나서 기분이 좋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책이 아닌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이상하게 뭉클했다. 소설에서 그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던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완전한 행복 (정유정)
한국 소설 중에서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정유정 작가를 먼저 떠올린다. 이 작가의 소설은 속도감이 장점이다. 영화처럼 읽힌다는 말이 딱 맞다.
완전한 행복은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이면을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첫 챕터만 읽으면 멈추기 어렵다. 소설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내용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소설을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에게 가장 자주 추천하는 책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잠들면 자동으로 방문하게 되는 꿈 백화점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챕터마다 다른 손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이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무겁지 않아서 피곤한 날 읽어도 된다. 짧은 단위로 끊어 읽어도 된다. 억지로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독서를 오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 혹은 어렵고 무거운 책을 읽다가 환기가 필요할 때 이 책으로 잠깐 쉬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이 재미없다고 느꼈다면, 아직 맞는 소설을 못 만난 것이다. 세 권 중 한 권이라도 손에서 놓이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다음 소설은 굳이 추천받지 않아도 스스로 찾게 된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