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시도한 것이 오디오북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진짜 독서인가 싶었다. 귀로 듣는 것이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오디오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출퇴근 시간이 왕복 1시간 반이었다. 그 시간을 음악을 들으며 멍하게 보내거나, 아니면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내렸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북을 틀어봤다. 반신반의하면서.
첫날은 집중이 잘 안 됐다. 주변 소음에 내용이 끊겼고, 중간에 딴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부분을 듣고 있는지 모르게 됐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니 적응이 됐다. 소음 속에서도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니 출퇴근 시간이 달라졌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이 덜 지루해졌다. 책 한 권을 2주 만에 다 들었을 때,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오디오북이 종이책과 다른 점
같은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와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경험이 다르다. 오디오북은 속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읽다가 다시 돌아가기가 불편하다. 이게 단점 같지만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흘러가는 대로 들으니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이 잘 잡힌다. 특정 문장에 걸려서 흐름이 끊기는 일이 없다.
반대로 종이책이 나은 경우도 명확하다. 메모가 필요한 책, 도표나 그림이 많은 책, 정독이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은 오디오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나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오디오북으로, 밑줄 치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읽는 방식으로 나눴다.
실제로 오디오북으로 읽은 책들
오디오북으로 처음 완독한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다. 두껍고 내용이 방대해서 종이책으로는 계속 중간에 포기했던 책이다. 오디오북으로 출퇴근하면서 3주 만에 다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제대로 이해했다.
그다음에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들었다. 이 책은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내용과 잘 맞았다.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이 종이책보다 오히려 강했다. 오디오북이 더 잘 맞는 장르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오디오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국내에서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 기능이 있고, 윌라라는 오디오북 전용 앱도 있다. 도서관 앱인 리브로피아에서는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도 있다.
처음에는 이미 내용을 아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처음 듣는 내용을 오디오북으로 소화하는 건 적응이 필요하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들으면서 오디오북 자체에 익숙해지면, 그다음에 새 책을 오디오북으로 시작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독서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 시간이 있을 수 있다. 매일 이동하는 시간, 설거지하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그 시간을 오디오북으로 채우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두세 권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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